본문 바로가기
::일상::

::책::<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58편의 단편소설 같은 시집

by tatataෆ╹ .̮ ╹ෆ 2018. 7. 18.



<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임경섭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가

신간도서라 깨끗한 새책이길래ㅋㅋ

무심코 펼친 페이지의 시가 인상적이기도 해서 빌려 보았다.



그리고 첫인상처럼 맘에 드는 시들이 많았다.



 

 

<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는

허무한 것. 소멸되는 것. 닿을 수 없는 것.

들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는데,

주제가 주제인지라

묵직한 여운이 남는다.





 

한 편 한 편 서사가 있어서

한 장짜리 단편소설을 읽는 느낌이 좋았다.

크로아티아에서 사온 비누 이야기에서부터

엄마의 장례식 얘기,

반지하에서 살 때 룸메이트에게 쓰는 편지 등등...



문장도 평서형이라 술술 읽다가

다 읽고 나서야 이게 무슨 뜻이지?? 하게 되는.ㅋㅋ





 

좋은 시들이 많지만

딱 한 편만 기록 겸 추천 겸 올려보자면



도서관에서 우연히 펼쳤던 68쪽의

<쏟아지려네>.







 

쏟아지려네

임경섭


아무도 독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눈앞에 커다랗고 매끈한 독이 있다고 했다

독은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았지만
오래된 공허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공허는 무게를 지니고 있지 않았지만
없는 무게가 세월을 지탱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 지탱할 엄마가 없지만
엄마가 담근 김치가 독에 담겨있다고 했다

독에 담긴 김치는 한 계절을 버티지 못할 테지만
김치의 냄새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냄새는 기억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기억을 씻으려고 호스째 물을 붓고 있다고 했다

깊은 독은 좀처럼 물로 채워지지 않았지만
흔들리는 수면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독을 채운 물은 색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저녁의 공기로 물이 붉게 찰랑거린다고 했다

아무도 독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독이 찰랑인다고 찰랑거린다고 했다

 

 

너무 심오하거나

내 정서(?)와 다른 시인의 것들은 읽기가 어려운데,

<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는

공감하고 이해하며 시를 즐기기에 좋았다.

 

추처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