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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영화::<아무르(2012)> 두 노배우가 보여주는 '연기란 이런 것'

by tatataෆ╹ .̮ ╹ෆ 2018. 6. 24.

<아무르(2012)>


 

 

 

결혼을 해서 평생을 함께한다는 것. 철없을 땐 결혼을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것이라 생각하기도 하죠.

 

하지만 현실에선 사랑의 모습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서로에 대한 책임감에 부담이 되기도 하고 심한 갈등이 있을 땐 이혼을 생각해보기도 하잖아요. 

 

 

 

영화 <아무르(2012)>는 인생의 거의 마지막을 살아가는 노부부의 이야기입니다. 프랑스 영화구요.

 

피아니스트(또는 피아노 교사)였던 아내 안느가 뇌질환으로 인해 반신마비와 치매에 걸리고,

남편 조르주는 아내의 부탁(a.k.a 반협박ㅎㅎ)대로 아내를 시설에 보내지 않고 직접 집에서 돌보는 이야기입니다.

 

 

 

 

얼핏 보면 노부부의 감동스러운 사랑이야기일 것 같지만 (게다가 머리띠한 단발머리 할머니라니... 너무 귀엽쟈나!!) 실제로는 굉장히 어두운 영화입니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너무 조용하고 색감도 컴컴해서 때론 기괴하기까지 합니다.

 

얼마나 대사가 적고 조용한지, 예고편을 보면 영화에 나오는 대사의 80%는 들은 것이고요ㅋㅋ 심지어 청소기 돌리는 소리마저 반갑.ㅋㅋ

 

   

 

 

제가 본 관람 포인트는 총 네 가지 였는데요. 직접적인 대사 없이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게 많은 영화이기 때문에 감독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 압도적인 롱테이크샷

 

<아무르>에는 롱테이크샷이 저엉~말 많이 나옵니다. 대화 장면이든 배우의 움직이는 모습이든 컷 없이 이어지는 씬이 많아요.

 

아울러 연륜 쌓인 두 노년 배우의 탄탄한 연기까지 더해져 실제 부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인상을 줍니다.

 

 

물론 쉬어주는 호흡에선 적절히 환기를 시켜주는 연출도 탁월하고요.

덕분에 긴 시간 동안 졸지 않고ㅋㅋ 몰입해서 봤습니다!!

(대사도 얼마 없는데 러닝타임이 2시간 7분ㅋㅋㅋ) 

 

 

 

 

2. 노부부의 집

 

영화 극초반부를 제외하고는 영화의 배경이 전부 부부의 집입니다. 따라서 집의 이미지가 변해가는 걸 보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한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초반에 안느의 병이 별로 진전되지 않았을 땐 집이 참으로 고풍스러워요.

그리고 이 것들이 따스하고 편안한 느낌의 색감으로 연출됩니다.

 

(집이 너무 예뻐서 감탄하며 봤어요.ㅋㅋ)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 필름도 어두워지고, 스산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감돕니다.

 

고풍스럽기 보다 오래돼 낡아보이고,

더는 웃음과 밝은 기운은 볼 수 없는 집처럼 보입니다.

 

 

 

3. 단 한 번도 울지 않은 남편 조르주

 

반신불수에 치매까지 걸린 아내를 돌봐야 하는 극한 상황에도 조르주는 전혀!!!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가끔 찾아오는 딸이 울어도 조르주는 침통해할 뿐입니다.

 

차라리 우리나라 영화처럼 관객들을 울려 볼 심성으로 어떻게든 눈물 쥐어짜는 연출이 더 현실감있다고 느껴질 정도ㅠㅠ

 

 

영화 속 이웃들의 말처럼 조르주는 지극정성으로 아내를 돌보는 대단한 남편이지만..... 

마음은 점점 곪아갔고 심한 악몽으로 그 스트레스가 표현됩니다.

 

 

그리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데요......ㅠㅠ

 

 

 

4. 비둘기

 

영화엔 비둘기가 두 번 등장합니다. 두번 다 안느의 병환이 나빠졌을 때 등장하지만 비둘기에 대하는 조르주의 태도가 달라집니다.

 

처음 집에 들어온 비둘기는 금방 쫓아내지만, 두번째 비둘기는 오랜 시간을 들여 잡습니다. 그리곤 품에 안은 채 비둘기를 쓰다듬어요. 헌데 쓰다듬는 손길이 부드럽지 않습니다. 몸을 웅크려 처절하게 다소 거칠게 쓰다듬죠...

 

 

첫번째 비둘기와 두번째 비둘기 사이에 조르주가 큰 거사(?)--극단적인 선택--를 치룹니다. 과연 이 선택이 비둘기와 어떤 관련이 있을지 고민하며 보시면 영화를 더 잘 즐기실 수 있을 듯 합니다...!

 

 

 


 

 

 

여운을 많이 남기는 영화이기에 엔딩크레딧도 한 동안 숨죽여 봤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선 아내와의 평범한 일상을 조르주가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느껴져서 먹먹해지고요.

 

인간의 삶은 어쨋거나 죽음으로밖에 귀결되지 못하니까... 사랑이든 한 평생을 같이 한 배우자와의 연이든 죽음의 순간에 다다라서야 완성이 되는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완성으로 가는 길이 결코 만만치 않구나. 하는 생각도요.

 

 

이에 덧붙여 '저렇게 병환이 심각해지면 자식들이 아빠를 어떻게든 설득해서 요양원에 보내야지.'라고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 저는......
영화를 영화로만 보지 못하고 이미 현실을 알아버린 으른-ㅋㅋㅋㅋ

 

잔잔한 듯 씁쓸한 여운과 몇몇 장면의 잔상이 오래 남아요.

다음엔 웃음 빵빵 터지는 로맨틱 코미디를 보려고 합니다!!


 

+

 

안타깝게도 안느 역을 맡은 엠마누엘 리바는 작년인 2017년 1월에 타계하셨습니다. <아무르>가 주연으로 촬영한 마지막 영화가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