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한달살기 15.
해외 한달살기를 추천하는 이유
하노이에서의 1달이 쏜살같이 지나, 지금은 한국.
나이를 먹으며 해외 경험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여행을 갈 때 기대가 크게 없어졌다.
결국 사람 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래서 나에겐 어딜 여행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함께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20대엔 혼자 다니는 것도 좋아했지만, 지금은 적적한 느낌이 싫다.
1달 살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가 사랑하는 도시에서 1달 살기를 한다면 더 좋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서 그 도시가 좋아질 수도 있다.
외국 중 제일 오래 머문 곳은 10개월을 지낸 영국 런던이었는데
행복한 시간들, 감사한 사람들이 참 많지만 혼자라 외로웠던 기억도 많다.
애증의 도시인 셈이다.
반면에 하노이는 시간이 지나서도 신나고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런던과 한국보다 낙후되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해서 행복했다.
베트남에 대해선 하롱베이밖에 몰랐던 내가 하노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3000km나 떨어진 외국에 나가서 너~무 한국서 사는 것처럼 평범하게 지냈나?ㅋㅋ 생각도 들었는데
후회되는 건 없다.
하노이 근교여행도 했지만, 대부분의 나날은 밥하고 빨래하고 장보고 TV보고... 한국에서도 매일 반복하는 극히 일상적이었던 시간들.
그렇게 일상을 살았으니 1달 '여행'이 아니라 1달 '살기'인 거지.
현지식을 먹으려 의도적으로 노력하지도 않았다.
외국에서 사는 한국인답게, 그냥 그때그때 입맛에 따라 한식도 먹고~ 현지식도 먹고~ 골고루.ㅋㅋ
아이가 있는 가족은, 해외 1달 살기를 하는 동안 자녀 영어공부를 시키기도 하고
맛집, 핫플레이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일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기도 하던데
한 달 살기의 형태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각자의 목적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1달 살기의 모습이 다른 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해외에서 1달 살기가 뭐가 그렇게 좋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일상에서 잠시 '쉼표'를 찍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선 신경쓸 것도 많고, 할 일도 산더미이고, 불안한 미래에 고민도 많았는데
베트남에 오니 잡다한 생각이 사라졌다. 어린 아이가 된 마냥 모든 게 신기했다.
낯선 언어는 내가 일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걸 실감하게 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형태의 삶이 있다는 걸 느꼈고,
베트남 현지인들의 삶도 우리나라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밤마다 가족끼리 나와 삼삼오오 노는 베트남 사람들이 정겹기도 하고, 훗날 우리 부부의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고ㅎㅎ
마트는 가도가도 잼나고, 동네 개들도 유난히 귀여웠다.
그래서 나의 생활은 평범했지만 사실 매일이 특별했다.
뭔가 될 줄 알았던 20대가 끝나고, 되는 게 하나도 없는 30대를 맞이하고 있었는데...
하노이에서의 1달은 나에게 잘 살라고 주어지는 격려의 선물같았다.
'휴식'이라는 게 이렇게 좋은 거였구나, 새삼 느끼게해 준 시간이기도 했다.
이런 기회를 가진 것에 대해 남편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다.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일단 Go!하라고 하고 싶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아무때나 오는 게 아니니까.
하노이 한 달 살이에 대한 단상.
끄읕.
점보가든 망고주스 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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